국내에서 단일 물량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배전반 입찰을 앞두고 주요 제조업체들이 자존심을 건 ‘빅 매치’를 예고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추정가격 260억여원(부가가치세 제외) 규모의 배전반 구매 입찰 공고를 내고, 사업자 선정 작업에 나섰다. 이번 입찰은 국내 시장에서 단일 배전반 물량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그만큼 상징성이 커 누가 최후의 승자로 기록될 지 업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은 입찰에서 4개사 이내 공동이행방식에 의한 공동도급을 허용, 배전반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저마다 컨소시엄 구성을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4일 현재 컨소시엄의 윤곽이 어느 정도 나타난 곳은 4개 그룹 정도로 이들은 각각 4개 업체가 공동수급체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에선 실제 입찰에서 최소 5개 이상의 컨소시엄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소 20개 이상의 기업이 수주전에 뛰어드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량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업계의 사정을 감안할 때 웬만한 기업들은 전부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본다”면서 “4개 업체끼리 짝을 짓는 컨소시엄이 예상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컨소시엄 구성을 완료한 곳이 있는가 하면, 추석을 전후로 합종연횡 가능성을 열어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주의 관건은 낙찰자 선정을 위한 제안서 평가다. 인천공항은 기술평가(80%)와 가격평가(20%)를 종합한 결과 고득점자 순으로 계약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기술능력평가가 최대 변수인 셈이다. 기술능력평가는 정량적 평가 20점, 정성적 평가 60점으로 나눠지는데, 주관적 평가의 여지가 많은 정성적 평가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최종 낙찰자를 점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어느 컨소시엄이든 모두 배전반 생산 기술은 엇비슷하다고 본다”면서 “컨소시엄 업체 간 협력 등 계량화하기 어려운 정성평가에서 어느 그룹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느냐가 수주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찰 마감은 오는 10월 8일이며, 낙찰자는 10월 중순쯤 ‘제한(총액)-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결정된다. 인천공항공사는 늘어나는 여객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3단계 건설사업에 착공했다. 해당 사업은 2017년까지 4조9000억 원을 들여 제2여객터미널(면적 38만4000m²)과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것. 제2터미널이 문을 열면 인천국제공항은 연간 여객 6200만 명과 화물 580만t을 처리할 수 있다. 배전반 구매는 3차에 걸쳐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 8월 진행된 배전반 1차 물량은 부산의 경일전기가 56억여원에 수주한 바 있다. 이번에 진행되는 260억원 규모의 2차 물량에 이어 추정가격 35억여원 규모의 3차 물량도 오는 10월 17일 낙찰자를 선정하게 된다.